‘알쏭달쏭’ 김영란법 기자가 겪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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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알쏭달쏭’ 김영란법 기자가 겪어보니 ‘사회상규’ ‘직무관련성’ 등 명쾌한 해석 필요

기사입력2016-10-04 22:01

최근 인터뷰를 하기 위해 한 업체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업체 대표가 장시간 인터뷰하느라 수고했다며 감사의 표시로 조그만 선물을 주겠다고 기자를 붙잡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기자 윤리강령에 따라 금품 등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도 함께 얘기해 줬다. 몇 번의 거절 끝에 업체 대표가 쥐어준 것은 해당업체의 브랜드 로고가 찍힌 파일과 메모지였다. 선물을 보고 나니 여러번 거절할 필요까지는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머쓱하다.

기자를 위해 별도로 준비한 것은 아니었고, 업체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나눠주는 정성스런 기념품이었다. 특정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주는 홍보물(기업로고가 있는 제품, 사실상 재판매 불가)의 경우는 5만원이어도 김영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좋은 기사만 써야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홍보물이면 금액여부는 전혀 상관없는가? 내용물이 아닌 케이스에만 기업로고가 찍혀있는 경우는? 스크래치나 탈부착식으로 기업로고를 없앨 수 있으면?’ 등의 궁금증이 잇따랐다. 실제로 겪어보니 정확하고 구체적인 적용이 어려워 다수의 예외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애꿎은 피해자가 생길 것을 우려해 지난 7월 ‘김영란법 해설서’를 냈다. 무려 200쪽에 달한다. 그러나 이를 봐도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상규’ 규정이다. 공직자가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 김영란법의 처벌대상이다. 그러나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일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해설서는 사회상규를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실제 적용하기엔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직무관련성’ 여부도 판단하기 어렵다. 직무관련성이 있는 관계인지 판단할 근거가 부재한데다가 직무관련성과 개인적인 친분이 겹치는 경우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부정과 비리를 근절하고자 하는 김영란법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음은 모호한 점을 명쾌하게 풀어야 할 차례다. 모호함 때문에 수사기관 등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시급하게 보안해야 한다. 또 애매모호해 도리어 법망을 피하려는 자들에 의해 악용돼서도 안된다. 추상적인 부분을 보완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법을 적용하는데 있어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김영란법이 제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