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135도? 127.5도? 표준시 애초 무엇이 맞나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동경 135도? 127.5도? 표준시 애초 무엇이 맞나 北 “일제가 강탈” 독자 표준시 지정…서울 12시, 평양 11시30분

기사입력2015-08-09 14:00

손채윤 기자 (yunic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한민국 표준시는 맞는 것인가? 뜬금없이 이런 의문이 드는 이유는 북한이 독자적인 표준시를 정하고, 일본과 같은 표준시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표준시는 애초 대한제국이 정한 게 아니며,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정해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북한도 지금까지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한 ‘동경(도쿄)시’를 표준시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15일부터는 한반도 중앙부를 지나는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표준시를 쓰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정한 한국·일본과 북한은 30분의 시간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북한이 독자적인 표준시를 정하고, 일본과 같은 표준시를 사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지금의 표준시가 애초 한반도에 맞는 표준시인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 전망이다.<자료=비자트>

경도에 따라 시간이 차이가 나는데, 이러한 불편을 없애기 위해 같은 나라에서는 특정 한 지방(예를들어 서울)의 평균시를 공통으로 사용한다. 이를 표준시(standard time)라 하며, 대부분 나라마다 고유의 표준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기준으로 채택한 동경 135도는 한국의 영토를 지나지 않는 선이다. 이 때문에 1954년 본래 동경 127.5도로 표준시를 되돌렸지만, 1961년 8월 다시 동경 135도로 바뀌게 된다. 앞서 1908년 대한제국은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표준시를 정했지만, 일제강점기인 1912년 일본 표준시로 변경됐다. 한반도의 표준시가 무엇이 맞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들어서 여야 정치권 등에서 표준시 복귀에 대한 관련법을 발의했으나, 비용과 주한미군 등의 벽을 넘지 못했다.

북한이 독자적인 표준시를 사용하게 되면 남북 교류과정에서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게 개성공단 입출입이다. 개성공단에 오갈 때마다 남과 북이 사용하는 시간이 달라지면서 이 부분부터 조율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표준시 변경 때문에 당장 “개성공단 출입경이나 남북교류 등에 약간의 지장이 초래될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남북통합 등에 지장을 초래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에 북한이 독자적인 표준시를 지정해 발표하기 전에 남과 북이 이에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