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만 지켜도 소방관 처우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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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규칙만 지켜도 소방관 처우 개선할 수 있다” 격무에 순직자보다 자살자 많아…소방발전協 “제도적 장치 마련” 촉구

기사입력2015-12-24 19:06

이주성 기자 (ljs0001@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3일 경상남도 양산소방서의 한 소방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너무 힘들다. 일주일 정도 휴가 내 여행가고 싶다”고 부인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자살로 사망하는 소방관이 순직한 소방관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지난 9월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소방관 자살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순직한 소방관은 33명, 자살한 소방관은 35명이었다. 또 중앙소방본부(구 소방방재청)가 이화여대에 의뢰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0명중 4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증, 알코올사용장애, 수면장애 등 한 가지 이상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소방공무원과 일반인의 심리질환 유병률 비교

<자료=박남춘 의원실>

하지만 자살충동을 느낄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을 위한 어떠한 개선책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일 SBS 보도에 따르면 특수소방장비 보강(33억원), 소방헬기 보강(72억원), 119특수구조대 장비(97억원) 등 소방예산을 국회에서 증액키로 했지만 최종예산에서 없어지거나(특수소방장비 보강, 소방헬기 보강) 절반이 삭감(119특수구조대 장비)됐다. 소방발전협의회도 24일 성명서를 통해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은 더 이상 소방관의 자살을 방조하지 말라”며 “인원 확충과 현장활동 우선 배려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소방발전협의회의 고진영 소방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인원 확충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나라에서 정한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이 있는데 이 정도 인력도 현장에는 배치가 되지 않는다. 현장대응을 하기 위해선 이 규칙에 나오는 인력 정도만이라도 보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3 소방기관별 근무요원의 배치기준’을 보면 펌프차 1대당 운전요원 3명, 진압요원 9명을 두거나 물탱크차는 1대당 운전요원 3명, 진압요원 3명 등 필수 인력을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고씨는 “이같은 기준이 현장에서 지켜질 수 있을 만큼 현장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호소했다. 최소한 정해진 규칙만 지켜도 국민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