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 아니라 삼성 이사회 개혁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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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준법감시위 아니라 삼성 이사회 개혁이 급선무 삼성, 준법경영 의지 내보이려면 이사회부터 법과 상식에 맞게

기사입력2021-01-21 12:5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위원회 위원들에게 본연의 역할을 다 해달라고도 했다. 준법경영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나, 지금 주목받아야 할 조직은 준법감시위가 아니라 삼성그룹 각 계열사의 이사회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재용 부회장이 이같은 메시지를 낸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언론에서 총수의 구속수감에 대해 과잉 해석을 내놓고 있는 와중에, 삼성그룹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장악력에 이상이 없음을 내보일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준법감시위가 지속되기 힘들 것이란 세간의 평가에 반박할 의지가 보인다. 준법감시위는 오직 재판에서의 형량 거래만을 위해 만든 조직이란 혹평이 자자했다.

실제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실효성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형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시작 시점에서 재판부가 먼저 준법감시 조직 구성을 조언하고, 이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여 준법감시위가 출범한 건 엄연한 사실이다. 재판부가 먼저 감형의 조건을 제시한 셈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지금 주목받아야 할 조직은 준법감시위가 아니라 삼성그룹 각 계열사의 이사회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뉴시스>

재판이 끝나자마자 준법감시위가 유명무실해진다면, 세간의 평가가 사실임이 입증돼 버린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준법경영의 의지마저 의심받는다면, 앞으로 삼성그룹의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준법감시위의 지속운영 의지표명은 따라서 삼성그룹의 경영을 위해서도 마땅한 조치로 평할 수 있다.

문제는, 모든 시선이 준법감시위로 쏠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진정한 준법경영의 의지를 내보이려면, 삼성의 이사회 개혁이 급선무다.

지난해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주총회에서 김태한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가결했다. 김태한 사장은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온 인물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에 의구심을 표하며 강한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김태한 사장은 이후 지난해 10월 검찰에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12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이 무노조 경영 등 불법경영에 관여한 임원들과 스스로 단절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진정한 준법경영은 외부 감시자의 역할이 아니라 삼성 스스로의 태도에서 나와야 한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기왕에 옥중경영 메시지를 내기로 했다면, 준법감시위 지속뿐만 아니라 이사회 개혁이란 중요한 이슈에 대해 확고한 의사를 표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삼성은 각 계열사 이사회를 준법경영에 걸맞도록 개혁하고, 총수의 눈치 대신 법과 상식에 따라 기업이 경영될 수 있도록 일대쇄신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준법경영 의지는 분명 삼성그룹 각 계열사 임직원과 주주는 물론이고 한국 사회 전반에 이익이 된다. 실제로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