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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연휴에도 지출 줄인다니, 설 살림에 ‘찬바람’
얇아진 지갑사정, 앞으로가 더 걱정
- 기사입력2025-01-27 1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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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만 되면 차례상에 과도하게 비용을 들이지 말고 검소하게 차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언이 들려온다. 성균관 등에서는 명절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는 것이 오히려 전통 의례에 더 부합한다며 매년 간소화한 차례상 예시를 내놓기도 한다. 호사스러운 상차림보다 가족을 아끼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일 것이다.그런데 올해는 설날을 앞두고서도 예년에 비해 소비를 줄이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지갑 사정은 어려운데 물가는 오르다보니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에도 씀씀이 걱정이 더 큰 탓이다. 가계의 소비심리가 얼어붙다보니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도 부진하다. 설날 특수마저 실종되니 경제 전반에 언제 훈풍이 불어올지 걱정이다.대한상의가 최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 명절 소비인식 조사에서, 지난해보다 지출을 줄일 것이란 응답이 31.6%로 지출을 늘릴 것이란 응답(22.0%)을 웃돌았다.지출을 줄일 것이란 이유(복수응답)로는 여전히 지속되는 고물가(58.9%)가 첫손에 꼽혔다. 정부는 올해 설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거듭 발표하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물가가 급등해 누적된 부담이 이미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 경기 불황 지속(36.7%)이란 응답도 비중이 컸다. 설 명절을 앞둔 가계의 살림살이 인식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알 수 있다.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다보니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었다는 증거는 이 밖에도 많다. 한국은행이 1월 초~중순 사이 전국 233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심리지수는 새해 1월 들어 91.2에 그쳤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 사이는 100~103.7 사이를 오갔으나, 12월 들어 한달만에 12.5포인트가 급락하면서 88.2까지 추락했다. 새해 들어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2022년 하반기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이다.소비자 심리지수를 구성하는 세부지수들 역시 12월보다는 소폭 반등하는 추세지만 지난해 11월에 비해 상당폭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6개월 전에 비해 현재의 생활형편(87)도, 현재에 비해 6개월 후의 생활형편 전망(89)도 90을 넘지 못했다.경기에 대한 인식 역시 크게 악화됐다. 현재경기판단 지수는 2024년 6월부터 11월 사이 70~77을 오갔으나, 12월 들어 한달만에 18포인트 떨어져 52를 기록한 뒤 새해 1월에는 51로 더욱 악화됐다. 향후경기전망 지수는 6월부터 10월 사이 79~84 범위 안이었으나, 11월 74에서 12월 56까지 내려앉았고 새해 1월에는 65를 기록했다.이렇게 소비가 얼어붙고 명절 특수가 사라지면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도소매업과 유통업, 제조업과 금융 산업까지 내수시장 전반이 꽁꽁 얼어붙은 경기를 체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앞선 대한상의 조사에서 소비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부 대책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물가·환율 안정(56.6%)이었다. 또 경제 불안심리 안정(26.8%)이란 응답도 많았다.설 연휴 특수마저 제대로 누리지 못한 기업들은 연초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대응을 어느 때보다 바라고 있을 것이다.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대책 대신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얼어붙은 심리를 녹이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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