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무역으로 거래를 하고 싶은데 유의사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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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중계무역으로 거래를 하고 싶은데 유의사항은 3국간 ‘중계무역’…실무 절차와 무역 리스크㊤

기사입력2025-06-17 11:38

김진규 객원 기자 (jk.kim@jpglobal.co.kr) ㅣ다른기사보기

조선대학교 김진규 교수, 관세사

우리나라의 한 중계무역업체가 중국에서 행사용 천막을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3국간 무역거래에 관한 계약’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의를 얼마 전 받았다. 인도네시아의 수입자가 제시한 계약서 초안을 검토하면서, 몇 가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언급해 준 사례다.

우리나라 제조기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했다. 이로 인해 국내로 물품을 반입하지 않고, 현지 판매 또는 제3국에 직접 수출하는 중계무역 방식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상품수지에서 중계무역 순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0.9%에서 2021년 28%로 늘었고, 2022년에는 중계무역 순수출액(238억 달러)이 상품수지 흑자(151억 달러) 규모를 넘어섰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해, 생산과 판매를 현지에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되면서 ‘중계무역’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한국 본사가 중국 법인에서 완제품을 매입해 제3국에 판매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는 생산비 절감과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의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계무역 방식의 무역거래를 하면서 무역업체가 유의해야 하는 사항은 무엇일까.

◇중계무역의 개요=대외무역법에 따르면, 중계무역은 수출할 것을 목적으로 물품 등을 수입해 보세구역 외의 장소에 반입하지 않고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와 유사한 용어로 중개무역(Merchandising Trade)이 있는데, 이는 수출국과 수입국의 중간에서 제3국의 무역중개상이 중개 및 알선 용역을 제공해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 제3국의 무역 중개인은 중개수수료를 대가로 수취하는 거래 형태다. 중개수수료를 받는 중개무역은 무역 중개라는 용역(역무)을 제공한 것이므로 계약조건에 따라 역무의 제공을 완료한 때를 세법상 공급시기로 간주한다. 무역거래의 주체가 아닌 중개(仲介)라는 용역을 제공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신고 시 과세표준도 해당 물품의 전체 결제금액이 아닌 중개수수료만을 과세표준으로 해 신고한다. 또한 영세율 거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외국법인 등과 직접계약 및 외화로 대금을 영수해야 한다.

차이는 첫째, 무역거래의 주체가 누구인지다. 중계무역의 경우 무역의 주체가 중계무역을 하는 국내 중계무역업체인 반면, 중개무역의 거래주체는 해외 수출자와 수입자이고 중개무역 사업자는 ‘중개’라는 용역 제공의 역할을 한다. 둘째, 세법상 매출, 매입에 관한 부분이다. 중계무역은 실제 최종수입자에게 판매한 금액을 매출로 최초수출자로부터 구입한 금액을 매입으로 계상하는 반면, 중개무역은 중개수수료만을 매출로 계상한다. 셋째, 부가가치세법상 영세율 거래가 인정되기 위한 방법이다. 중계무역은 부가가치세법상 영세율 적용 거래로 인정되는 반면, 중개무역의 경우 외국법인 및 비거주자로부터 외화를 받아야만 영세율 거래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만일, 중개업체가 국내업체로부터 원화로 중개수수료를 받았다면 부가가치세율 10%가 과세된다.

◇중계무역의 절차=중계무역 수출절차는 먼저 국내 소재 중계수출자(중계자, A)는 국외 기업(최종수입자, B)과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수출물품을 국외기업(최초수출자, C)로부터 물품을 공급받는다. 이 때 수출물품은 C가 B에게 직접 운송할 수도 있고, 수출물품을 중계수출자 소재국의 보세구역에 반입 후 보관 또는 재포장 등을 마친 후 최종수입자의 국가로 반송할 수 있다.

중계무역 절차

<자료=한국무역협회(2024)>

◇중계무역의 특징=①계약체결의 당사자를 보면, 예를 들어 국내 무역업체는 중계무역상으로 본인의 책임하에 인도네시아 최종수입상과 물품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중국과의 수입계약을 각각 체결한다. 즉, 인도네시아의 최종수입자와는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물품을 공급할 중국의 최초수출자(해외공급자)와는 수입계약을 체결한다.

②대금결제 및 이익=수출계약과 수입계약 총 2건의 계약이 체결돼, 물품대금을 최종수입자로부터 수취하고 중계무역업체는 마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해외공급자에게 지급한다.

③물품의 이동=물품의 이동경로는 ▲해당 물품을 공급한 최초수출자(해외공급자)에서 최종수입국으로 제3국 운송을 통한 이동, 또는 ▲국내 보세구역에 반입 후 물품 검사 진행 후 반송 통관 후 최종수입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 만일 국내 보세구역 반입 후 반송하는 경우 국내 반송통관 시 반송신고서에 거래구분 79(중계무역)로 반송신고를 진행하며, 반송물품은 관세 부과대상이 아니므로 관세 등 세관에 납부할 세금은 없다.

④수출실적 인정=중계무역은 수출과 수입금액의 매매차익을 수익원으로 하므로, 수출실적은 수출금액(FOB 금액)에서 수입금액(CIF 금액)을 차감한 금액을 수출실적으로 인정받는다. 수출실적 증빙서류는 외국환은행에서 수출실적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⑤중계무역의 세무처리=중계무역의 재화 공급시기는 수출재화의 선적일이고 매출액은 중계무역에 따른 매매차익 금액이 아닌 매출액 전체다. 따라서 매출전체를 과세표준으로 잡고 수입대금은 매입으로 잡아 신고한다. 중계무역거래는 부가가치세법상 수출에 해당하는 거래이므로 부가가치세 신고 시 영세율이 적용되고, 영세율 첨부서류로 인보이스나 외화입금증명서를 제출해야 인정된다.

◇중계무역 실무 유의사항=중계무역과 관련해 앞서 문의를 받았던 중계무역 계약서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신용장 조건의 결제방식으로 최초수출자 국가에서 최종수입자의 국가로 계약물품이 선적되는 조건인데, 이 경우 다음과 같은 무역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 중계무역업체(A)는 인도네시아의 최종수입자(B)와 중계무역에 관한 물품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중계무역의 특성 상 수익자가 직접 계약물품의 수출을 이행하지 않으므로 결제조건은 양도가능신용장(Transferable L/C)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도가능신용장이란 신용장 자체가 ‘양도가능 (Transferable)’이라고 명시적으로 기재된 신용장을 의미하며, 수익자(이하 제1수익자)의 요청에 의해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다른 수익자(이하 제2수익자)에게 이용하게 할 수 있다(UCP 600, 제38조).

양도가능신용장은 수입자가 거래은행에 개설신청을 해 신용장이 개설되면, 제1수익자(중계무역업체)가 제2수익자(최초수출자)에게 신용장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물품공급업체 또는 제조업체에게 대금 지급을 보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신용장은 원 신용장의 조건변경에 따라 원 신용장의 조건 그대로 양도하는 단순양도와 중계무역에서 중계무역업체(제1수익자)가 중계차익을 확보할 목적으로 신용장 조건의 일부를 변경해 새로운 조건의 신용장을 만들어 양도하는 조건부양도가 있다.

중계무역업체가 신용장을 양도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최종수입자로부터 수취한 신용장에 ‘양도가능(transferable)’이라고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분할선적이 금지되어 있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분할양도를 허용한다(UCP 600, 제31조). 그러나, 신용장에 ‘분할선적 금지(예: Partial shipments are not allowed.)’라는 문구가 있으면 분할선적이 금지되므로 사전에 이러한 문구를 확인해야 한다. ▲신용장에 별도의 명시가 없는 한, 양도는 1회에 한한다. ▲양도신청서에는 조건변경 통지방법에 대한 지시가 중계무역업체인 제1수익자를 경유해 통지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 명확히 기재돼 있어야 한다. ▲무역금융 융자취급 사실이 있는 신용장은 양도가 불가능하다. 특히, 무역금융 융자 취급 사실이 있는 신용장은 무역 기업의 자금조달 목적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양도가 제한된다. 이는 은행의 융자금 회수 및 관리의 어려움과 신용장 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무역금융 융자취급 사실이 있는 신용장을 양도하려는 경우에는 반드시 신용장 조건 및 관련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조선대학교 김진규 교수, 관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