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과 죽음, 외로움과 불안, 연민과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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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출생과 죽음, 외로움과 불안, 연민과 두려움 인체조각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 ‘론 뮤익’

기사입력2025-06-22 10:00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치킨/맨’, 2019, 혼합 재료, 86×140×80cm. 크라이스트처치 아트 갤러리 테 푸나 오 와이훼투 컬렉션,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이미지 제공=국립현대미술관>

“비록 표상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포착하고 싶은 것은 삶의 깊이다.”…론 뮤익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이 지난 4월 11일부터 오는 7월 13일까지 개최하는 ‘론 뮤익’전은 현대조각의 흐름을 새롭게 정의해온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Ron Mueck, 1958~)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다.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30여 년 창작 여정을 대표하는 조각과 사진, 다큐멘터리 등 24점을 선보이며, 관람객에게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를 깊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론 뮤익은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독일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1986년부터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다. 영화와 텔레비전 분야에서 마네킹과 소품을 제작하던 그는 1996년 작가 폴라 레고의 의뢰로 조각을 만들며 본격적인 예술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듬해 ‘죽은 아버지’(1996~1997)가 런던 왕립미술원에서 열린 전시에 출품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이후 베니스 비엔날레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여왔다.

‘매스’, 2016~2017, 유리섬유에 합성 폴리머 페인트, 가변 크기.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멜버른. 펠턴 유증, 2018. <이미지 제공=국립현대미술관>

뮤익의 조각은 단순한 외형의 재현을 넘어, 인간의 내면과 존재론적 질문을 정교한 테크닉과 초현실적 스케일로 구현한다. 실리콘, 섬유유리, 천 등 현대적 재료를 활용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인물을 만들어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과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출생과 죽음, 외로움과 불안, 연민과 두려움 등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특히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100개의 대형 해골로 구성된 설치작품 ‘매스’(2016~2017)다. 이 작품은 전쟁, 전염병, 기후 위기 등 재난이 일상이 된 현대 인류의 불안과 죽음,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뮤익의 조각은 단순한 ‘인체 조각’을 넘어, 시대와 인간에 대한 예술적 저항이자, 우리 모두가 현실세계에서 실재하고 있다는 감각과 그 의미를 일깨운다. 그의 작품 앞에서 관객은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질문하게 되고,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힘을 다시금 경험하게 된다.

전시기간 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은 뮤익의 작품세계와 연결되는 키워드로 진행하는 워크숍,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예술적 사유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인체 조각으로만 9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탐구해온 론 뮤익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해 선보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현대조각 거장의 작품들 속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사색하고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경험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론 뮤익’전은 현대조각의 경계를 확장해온 거장의 예술적 여정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뮤익의 조각 앞에서 우리는 인간 존재의 본질, 삶과 죽음의 의미, 그리고 예술의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미술 감상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성찰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