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선진국, 자본시장은 여전히 신흥국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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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경제는 선진국, 자본시장은 여전히 신흥국 수준 외환시장·사전등록·지배구조…투자자 신뢰회복이 우선

기사입력2025-06-30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 증시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이 올해도 불발됐다.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먼저 관찰대상국(Watch List)에 1년 이상 등재돼야 하지만, 이에도 실패해 선진국 지수 편입은 더욱 멀어졌다.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수출 강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만큼은 신흥시장 등급에 머물렀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입이 가능하다. 골드만삭스는 그 규모가 75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면 원화 수요가 늘어나 환율 안정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실한 과제일 수 밖에 없다.

MSCI는 이번 연례시장 분류 발표에서 한국에 대해 공매도 재개, 규제 개선 등 일부 진전은 있었으나, 외환시장 접근성, 투자자 등록, 청산 결제시스템 등 핵심 개선과제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또 규제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자 유려도 존재한다며, 선진국 지수 편입 불발 이유를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이 걸림돌이 된 것이다. 실제로 현재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자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투자자로 등록해야 하는 불편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글로벌 주요국 대부분이 사후신고제로 운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환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계 대부분의 주요국이 24시간 외환거래 환경을 제공하는 데 비해, 한국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만 제한적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외환 헤지나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권 보호 수준이 글로벌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 시대’를 선언하며 자본시장 부흥 의지를 밝혔다. 코스피는 그의 취임 후 3000선을 회복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자본시장이 선진국의 시스템으로 재편되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방 확대, 외국인 투자 접근성 제고, 공매도 제도 손질,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우리 자본시장 시스템의 선진화를 서둘러야 한다. 기업들 역시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명한 지배구조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영 혁신에 나서야 한다. 시장의 신뢰를 되찾고 제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정비할 수 있다면, ‘선진국 지수’는 언젠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