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로 29억 물게된 뉴욕 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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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부당노동행위로 29억 물게된 뉴욕 한식당 최저임금·연장수당 안지키고 팁까지 가로채

기사입력2015-03-25 13:07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미국 뉴욕의 한인타운 플러싱에 위치한 유명 한식당 ‘금강산’이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다가 송사를 당해 267만여달러(약 29억원)의 배상금을 내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식당은 최저임금과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음은 물론, 쉬는 날까지 직원들을 불러내 일을 시키고 이를 거부하면 해고 등의 불이익을 줬다고 한다. 이에 지난 2012년 한인 직원 8명을 포함한 11명의 직원이 식당을 상대로 맨해튼의 연방법원 뉴욕남부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식당은 현지에선 꽤나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이 재임기간 중 여려 차례 방문할 정도였다. 함께 일하는 근로자들에게도 이에 합한 대우를 해줬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이 식당은 2010년에도 유사한 판결문을 받아쥔 바 있다. 이 식당 맨해튼점이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다가 소송을 당해 195만달러(약 21억5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은 터였다. 맨해튼점은 지난 2월로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판결을 보자니 이 식당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는 ‘종합선물세트’ 저리가라다. 먼저 하루 10~12시간씩 주 5~7일 일을 시켰다. 그러면서도 최저임금을 지키거나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여기까진 약과다. 신용카드로 지불된 팁이나 연회장 서비스 팁을 종업원들에게 전달하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채는 ‘치사한’ 짓을 벌이고, 종업원의 근무기록을 조작해 임금지급액을 줄이는 쩨쩨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휴일에도 종업원들을 불러내 뉴저지 농장에서 배추를 수확하도록 했는가 하면, 눈 치우기나 잔디 깎기 등 식당일과 관계없는 일로 부려먹기도 했다. 물론 불응하면 해고하겠다고 겁을 주거나 실제로 그러한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이 식당 경영진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일부 한인 직원은 식당에서 일하며 영주권을 받기도 했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영주권은 업주의 편익을 도모해 준 결과물로 획득하는 것이지 ‘사장님의 시혜’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종업원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 왔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일개 ‘식당’에 29억원의 배상의무를 지우는 미국 법원과 같은 판결이, 이래저래 ‘사정’도 많은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 똑같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안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라고 멀쩡할리 없다는 옛 어른들 말씀만 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