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클리퍼스 구단주 퇴출, 한국기업 교훈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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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LA클리퍼스 구단주 퇴출, 한국기업 교훈돼야 인종 기반한 사고방식도 문제될 수 있어

기사입력2014-05-02 11:24

플레이오프가 한참 진행중인 NBA(미국프로농구)가 지난 한주동안 인종차별 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구단주 한명이 리그에서 영구제명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해외와 거래관계가 있는 모든 한국기업들이 참고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6일 미국의 한 매체는 NBA팀인 LA클리퍼스의 구단주 도날드 스털링이 자신의 여자친구와 나눈 대화의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스털링 구단주는 여자친구가 유명한 NBA선수였으며 현재 MLB(미 프로야구) LA다저스 공동구단주 중 한명인 매직존슨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을 두고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스털링은 흑인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흑인을 자신의 경기장에 데려오지 말 것(not to bring them to my games)이라는 발언도 함께 했다. 이 밖에도 녹취록에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NBA사무국은 이에 대해 발언이 공개된지 3일만인 29일, 스털링 구단주에 대해 영구제명(bans for life)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털링 구단주는 모든 NBA경기와 연습, 비즈니스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또 구단주 회의 참석권한도 박탈됐다. NBA규약이 정한 최대치인 250만달러의 벌금도 부과됐다. 심지어 팀의 강제매각 압박도 받고 있다. NBA규약에는 리그에 해를 끼친 구단주에 대해 구단주 회의를 통해 팀의 강제 매각을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이를 근거로 한 구단주 회의도 곧 추진될 예정이다. 각팀 구단주들도 줄지어 NBA의 ‘영구제명’ 조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어서 스털링이 받을 압박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NBA 유명선수였으며 은퇴한 지금은 NBA팀 샬럿 밥캣츠의 공동구단주이기도 한 마이클 조던은 “어떤 수준의 차별이든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NBA사무국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마이클 조던은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하는 일이 좀처럼 없었기 때문에 이번 성명 발표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카림 압둘자바 등 인종차별에 반대해 온 NBA 은퇴선수들은 타임지 등 유력매체에 이번 사태에 대한 기고를 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LA클리퍼스 선수들 역시 경기시작전 연습 때 입는 티셔츠를 뒤집어 팀로고를 가리는 등 이번 사태에 대한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클리퍼스 선수 중 터키출신 1명과 미국출신 1명을 제외한 로스터의 모든 선수들이 흑인이거나 유색인종이다. 심지어 감독인 닥 리버스 역시 흑인이다.

한국의 NBA 팬 커뮤니티를 보면 이번 조치가 당연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과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일부 의견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인 전화통화 내용에서 나온 발언이니만큼 이를 근거로 구단주를 영구제명하거나 구단 강제매각을 압박하는 것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수성이 미국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기업들과 거래관계에 있는 한국기업에게도 이번 사태는 교훈을 준다. 공개적·공식적인 차별은 당연히 법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 뿐만 아니라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발언 하나나 농담 하나도 기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종차별은 하면 안되는 것”이라는 당연한 인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런 행동·발언·인식은 인종차별이다”는 구분이 가능해야 한다. 특히 구체적인 ‘차별행위’뿐만 아니라 인종에 기반한 사고방식(racism)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크기나 해외시장에 진출한 정도를 떠나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얘기라는 점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