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특공대로 사회구조적 질환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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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장갑차·특공대로 사회구조적 질환 해결할 수 없다 묻지마 범죄, 사회구조적으로 범죄 유발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야

기사입력2023-08-21 17:5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전국 곳곳에서 묻지마 흉기난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온라인 상에는 흉기난동 등 강력범죄를 예고하는 모방범죄 글들이 연일 올라오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신림동과 분당 서현역에서 흉기난동이 잇따르면서 경찰은 특별치안활동 기간을 선포했다. 도심 한복판에 장갑차가 등장하고 도심순찰은 삼엄해졌지만, 지난 17일 서울 도심의 한 공원에서 참혹한 범죄가 또다시 발생했다.

특히 17일 범죄가 발생한 서울 신림동은 국민의힘 소속 관악구의원이 페니미즘 관련 예산을 손보겠다며,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구의원은 ‘관악구에서 전국 최초로 여성안심귀갓길이 사라진다’며, 유튜브를 통해 홍보까지 했다. 이번 사건 피의자가 범행장소였던 신림동 공원에 ‘CCTV가 없다는 걸 알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묻지마 흉기난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온라인 상에는 흉기난동 등 강력범죄를 예고하는 모방범죄 글들이 연일 올라오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별한 원한을 사지 않았는데도, 잘못한 일도 없이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역에서, 출근하는 길 공원에서, 은행업무를 보러 간 사이에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사회에서 정상적인 삶이 가능한가’하는 정부 치안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정부는 흉악범죄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흉악범에 엄정 대처하기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례회동에서 “치안 역량 강화를 포함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상이 특정되지 않고 동기를 알 수 없는 묻지마 범죄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다. JTBC가 최근 발생한 묻지마 범죄 사례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어린이, 여성, 노인 등 물리적 힘이 약한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가해자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단절된 상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를 향한 반감이 극에 달해 불특정 다수를 해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가해자 개개인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의 개인적 불행이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CCTV 설치를 확대하고 장갑차와 경찰특공대를 배치하는 것이 범죄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사회적 고립과 단절, 결핍으로 인한 분노는 억압돼 있다가 어느 순간이라도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장기간의 코로나19를 겪고 난 후 피폐해진 마음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가계부채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 따라서 사회적 질병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경제적 어려움, 실직, 가정폭력, 정신적 질환 등에 대한 대응이 부족해 사회구조적으로 범죄를 유발하고 있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돌아봐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